게으른 완벽주의자, 그 허물을 벗으며
은퇴를 준비하던 몇 달 전부터 줄곧 생각했던 일이 있다.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열어 믿음의 글을 쓰고 남기는 것. 혹시라도 누군가 '아가페 케어'에 발걸음을 하게 된다면, 그들의 영혼을 위한 작은 카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그저 머릿속에만 맴돌 뿐이었다. 글 한 줄 적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마땅히 표현할 길 없는 처참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읽은 기사 한 편에서 지금 나의 상태를 규정하는 단어를 만났다. 바로 ‘게으른 완벽주의자’였다. 기사 속 많은 구절이 내 마음과 행동 상태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 글의 요지는 이러했다. 너무 완벽하게 해내려고 거창한 전체 계획을 세우는 데만 시간을 쓰기보다, 작은 세부 계획부터 세우고 일단 실천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완벽주의'라는 핑계로 게으른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는, '새로운 일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이었다.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환경을 본능적으로 불편해한다는 장원이었다.
참으로 그러했다. 나는 지금껏 완벽한 웹사이트를 만든다는 핑계로 구상만 거듭하고 있었고, 타인과의 온라인 소통을 내심 불안해했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며 새로운 환경을 밀어내던 나를,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콕 집어내어 글을 써 내려간 듯했다.
사실 이 글도 아주 오래전에 시작했으나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에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수려한 문맥으로 시작하지도 못했고 완벽한 결론을 맺지도 못했지만, 오늘은 기필코 마치리라 다짐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또 미루다가는 10년 후에도 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서 답답해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이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닌,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시작하려 한다. 두려운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믿으며 이 첫걸음을 떼어 본다.
나…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